
- Date: 2025.10.11 – 11.01
- Place: WWNN
- Location: 서울 종로구 삼청로5길 20
- Hours: 화 – 토 11: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wwnn.kr

옛터에 사람들이 몰려들 줄 알았지만, 아무도 없다. 휑한 풍경이 어떤 감각을 불러일으키려 반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를 위한 기다림은 전부터 조형된 듯하다.
스산한 행운은 이야깃거리 찾으려 눈을 붉히고, 이와 동떨어진 천장은 갈수록 하늘과 유사성을 늘려간다.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로 한다. 오래된 대상들에 찬사까지는 아니어도 그것들이 목도한 피고 지는 꽃의 수를 유념해 문을 두드린다. 둔탁한 소리에 먼지 덮인 유리잔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눈을 감고 좌우로 움직이는 눈동자. 단칸방에 덜컥 든 볕. 하루가 멀다고 심드렁하게 외던 불평. 시간 들여 자세를 고쳐 앉는다.

밋밋한 벽을 다각도로 보려고 애쓰다, 어느 순간 다가온 입체에 아득하게 정신을 잃어도 놓지 않던 소식이었다.
투박한 사람의 교묘한 입장은 언제든 떠올려도 지루할 틈이 없다. 지극히 생경한 경험을 원할 때마다 생각에 일깨울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라고 그가 말했다. 말투가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뜻이 이제야 한 바퀴 돈다.
나뭇가지 바스러지고, 뒤엉켜 졸던 수풀이 생의 향으로 번뜩일 때 밤눈이 어두운 게 무슨 대수인가. 앞으로 반듯하게 손을 뻗고 그 위는 하늘, 그 아래는 땅 하고서 자리로 돌아가는 것. 타인의 말에 온수를 부었다. 그것은 데워질까, 아니면 식을까. 이상향은 묵묵부답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구태여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종이책과 손수건의 공존을 흐뭇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천천히 일상을 돌아보니 그것들 다 되돌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러다 곧 따뜻한 거라면 무엇이든 대접받는 때가 도래할지도 모르나, 그때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있음은 분명했기에 그저 온갖 것에 귀를 기울였다. 방향키가 두 개 생긴 날이었다. 몹시 곤란해했다고 기억한다.
여행은 서랍 속에 속한 꼴로, 여정을 풀어 지친 이의 걸음 많던 발을 조심스레 공중에 매달기도 한다. 적어도 주변엔 유희란 없고, 감정의 사무적인 앙갚음만 존재할 뿐이다.
옷장에 정박한 무더기 무더위, 혹은 무의미. 가로선이 유독 많은 세계가 수적으로 적다.

벽에 꼭 붙어 있고 싶을 정도로 그 벽은 매력적이었다. 기대는 행위 자체가 무척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믿을 구석투성이 삶이 무엇인지 인식에 스몄다. 그것에 이해보단 짐작이 먼저였다.
각자의 해변. 그 위를 가르듯 유영하는 해면(海綿)들. 한때 붉었던 밑동과 어제까지 녹슮을 원한 나뭇잎.
주머니 속 평안은 편편한 고독이었으며 그것을 사실로 여겨 태도 일체를 사뿐한 경향에 맡긴 이여.
시장은 번지르르하다. 그것의 초입에서 투박한 면과 고루한 성질을 나의 바깥으로 여기고, 검은 숲에 양회색 속단을 던진다. 숨이 띤 활기에 서막의 양극화는 줄고 동시대를 횡단하는 개체의 보폭은 늘었다.
장식 없음을 정당화하오. 분수(分數)란 결국 엎을 것이오.

한때 온갖 것이 되었던 사람. 그의 언 발은 지붕을 쫓으며 강한 빛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무관심과 멸시, 본 적 없는 가난. 이것들이 섞여 강한 단맛을 낼 때 처지는 종적(蹤迹)을 불사한다.
종착지는 정작 목적을 품은 적이 없다고 한다.

백화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이에 벗어나려 하지 말고 현 상황을 즐기면 된다.
온전히 백화점을 감각하고, 여러 번 그 존재를 인정하며 다음을 바라보는 것.
물론 처음부터 잘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비장함은 지갑에 담기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구별을 위해 바지춤을 골라잡자. 지나온 나날에 확신을 주소서. 쌀쌀한 날에 빈속으로 뛰자니, 마음이 서늘해지는군요.
나흘 전에 갔던 곳을 오늘 다시 갔다. 수고스럽다면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대안이 없었다. 원체 익숙한 길이지만 불과 얼마 전에 왔다고 반쯤 눈을 감고 걷는 시늉 한다. 먼젓번 여정은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가급적으로 정직하길 바랍니다. 아는 척하는 것보다는 무지를 시인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알은체는 태도로서 권장합니다. 아는 척과 알은체의 구별을 해야 할 것입니다.
떠들썩한 공원을 지나 점점 뒷걸음질하고 있는 광장으로 갑시다. 그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변에 둥근 것이 있는지 살펴본 후 멋쩍게 돌아오는 겁니다.
갑자기 누가 보고 싶다뇨. 떠 놓고 그대로 둔 물 잔에 바람도 없는데 괜한 잔물결이 일어나지요.
적당한 때 또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