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pooloopooloop》 이예원, 정지원, 주하연 3인전

《pooloopooloop》이예원, 정지원, 주하연, C SQUARE, 2025.07.16 – 07.27,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07.16 – 07.27
  • Place:  C-SQUARE
  • Location: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326 컬처랜드 타워, 1 씨스퀘어
  • Hours: 11: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rayprojects_seoul

정지원, psychisme hydrant, 2025, 폴리코튼에 잉크, 472 x 672cm, 이미지_양승규

흐름에 소리는 필요하지 않은 듯 강가는 고요했다. 눈을 감고 있다면 바람 멎은 날의 저수지와 다름없는 이곳을 그는 때론 사랑하였다. 상념에 상접하여 형태를 갖춘 기억의 끄트머리까지 다가갔던 게 여지없는 지난 일이 된 이후로 그의 발음은 뭉개졌다. 이에 놀라기보단 다음을 깊게 이해하려 한 그였다. 소리내기 편한(처한 상황과 일찍이 관계성을 뗀) 단어와 거동이 불편한 언사를 부드러운 음식이라도 된 양 적당량 우물거렸다. 이 순간만큼은 대안 없는 불만도 표백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은 때가 묻었던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지독하게 희었다.

뭍을 가만히 응시하면, 그곳에 칠해졌던 대양을 마주할 수 있었다. 흔적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난 곤란처럼 사뭇 지친 모양으로 존재하며 사람들의 고개를 끌어당겼다. 그는 그들 중 하나로서 깊이를 추구했다. 흔적에 다가갈수록 무구한 수심이 손끝에 닿을 것만 같아 충분하지 않은 말수도 줄였다. 부족은 생각의 범람으로 이어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밤은 항상 활자에 고여있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없는 크기가 꼭 그와 같은 시간을 닮아 뻣뻣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렀다고.

정지원, psychisme hydrant, 2025, 폴리코튼에 잉크, 472 x 672cm, 이미지_양승규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은 여러 산의 기슭과 여울진 수로를 지나왔다. 두 손 가득 물을 담자, 그것의 지난날이 기억에 스쳤다. 그동안 잊고 있던 일이 문득 생각난 듯한 정황에 서둘러 황당함을 찾았고, 원체 분주했던 손은 더욱 커다란 피로를 빚게 되었다. 웅덩이로 분한 양동이를 들고 네댓 걸음 옮기는 일에 뜻 모를 벅차오름이 있어 그는 자신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것의 여부가 다소 희박하였다.

디딤돌 위에 정박한 물방울은 산세의 우악스러움을 마땅히 느끼며 면밀한 사고를 구축했다. 그 과정은 복잡함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좀처럼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 않을 때 틈은 채워졌다. 단순하면서 단단한 일이었다. 주체의 거리낌 없는 반영이 반영구적으로 제 자아를 빠른 유속의 삶과 나란히 하게 할 터다.

그가 천천히 손가락을 꼽을 때마다 소매는 젖어 있었다. 손목에 든 때아닌 우기가 횟수로 몇인지 며칠을 보내도 헤아림의 짐작조차 없었다. 셈의 단초를 조금 짜거나 달고, 그러면서 실지도 모른다.

주하연, 꽃다발 콜라주, 2025, 나무 패널에 아크릴릭, 왁스 파스텔, 130.3 x 80.3cm / 이야기 짓기-1, 2025, 나무 패널에 아크릴릭, 왁스 파스텔, 130.3 x 162.6cm / 이야기 짓기 -2, 2025, 나무 패널에 아크릴릭, 왁스 파스텔, 65.1 x 80.3cm / 수많은 양들과, 2025, 나무 패널에 아크릴릭, 65.1 x 80.3cm 이미지_양승규

장지문이 화마에 휩싸인 얘기는 이제 예삿일이 되었다. 녹록하지 못한 생활은 서서히 걷히는 안개처럼 느리게 나아졌다. 문지방을 붙들고 속으로 화려함을 삭히던 때가 벌써 두 번째 겨울을 게워 냈다. 순수한 개념에 그을린 나는 부쩍 감각적인 것을 찾는다. 손이 벨 듯 날카로운 과도나 얼음장 같은 물, 그리고 눈이 따끔할 정도로 매캐한 연기.

처음은 속에 바람을 불어 크기를 부풀릴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것이 여느 풍선 불기와 다른 점은 유독 더운 바람을 지펴야 했다는, 사철의 번거로움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숨과 탄식을 구분하여 뱉지 않았지만, 그중 몇은 그 둘을 철저히 구별하였다. ‘상이한 존재의 결합은 동시성을 가질 수 있다. 외려 그래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대상의 유무를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다면, 아직 닫지 못한 창이나 입에 회나무가 끼어들 틈은 없을 것이다.’

웬 숨은 뜬눈으로 말미를 장식한다. 그것을 붙잡고 어찌어찌 길게 늘여도 꼬리는 바닥을 향한 채 자신을 의견 없이 늘어뜨린 꼴이었다.

이예원, Moth, 2025, 철에 용접, 6 x 46 x 38cm, 이미지_양승규

언덕을 헤매며 오르는 동안 낯빛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고도를 높이는 동기가 벽이 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실 그것은 한참 전에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꼭대기를 두드리는 뭇 날것들의 울음이 등을 떠미는 듯하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는 때론 날개를 접었다. 여정은 별거 아닌 이름의 나열로 함축되며 중간중간 마침표의 행렬과 교차한다.

바닥에 쌓인 먼지를 걷어내는 방식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건 비질보단 대상의 덧칠이었다. 감각을 던 도구가 손아귀에 한 무더기 뜸을 드리울 때, 그늘 밑 깊은 수렁이 발목 정도 높이를 한눈에 가늠하려 애쓰는 것을 본 듯 만 듯하였다.

울창한 수풀을 가르며 비행하는 개체는 땅으로 까슬까슬한 감촉을 던지며 분명하지 못한 까닭을 추린다. 상태의 지속은 덧없음도 넘고, 무의미를 견디며 산다. 아침나절 빈 들에 핀 가옥, 그 집에 울타리가 있어 대체로 모두 그것을 넘나들지.

이예원, bazooka, 2024 – 2025, 철에 용접, 가변 크기, 이미지_양승규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