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11. 21 – 2024. 12. 14
- 장소 로스 안데스 대학교 프로젝트 전시관
- 주소 콜롬비아 보고타 (Sala de exposiciones Julio Mario Santo Domingo,
Universidad de los Andes, Bogotá, Colombia) - 문의 OCI 미술관 (02-734-0440)
이 얼마나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전시 제목인가. ‘찐사실주의’. 얼핏 들으면 극사실주의의 연장선 같지만, 더 깊고 독특하다. 이 전시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더’ 사실적인 것을 다룬다. OCI미술관이 야심 차게 기획한 《찐사실주의》가 11월 21일부터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다. 여기엔 3040 세대를 대표하는 두 작가, 권인경과 이승훈이 등장한다. 전통적인 화풍과 디지털 기술이 하나의 공간에서 부딪히고 섞이며 만들어내는 진동은 그야말로 강렬하다.

권인경: 전통을 현대에 담다
권인경은 전통 수묵화에서 출발해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한다. 아크릴, 파스텔, 콜라주, 오려내기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새로운 차원의 풍경을 만든다. 마치 시간이 깃든 오래된 공간처럼, 기억이 서리고 감정이 배어 있다. 그녀가 그리는 풍경 속엔 문틀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있고, 낡은 꽃병 너머로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다. 한마디로 ‘전통을 깨어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승훈: 회화에 시간을 새기다
이승훈은 디지털 페인팅과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회화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흔히 회화는 평면적이고 정적인 장르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승훈은 움직이는 시간, 곧 ‘시간 회화’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마치 전자 클라우드처럼 흔들리고 떨린다. 꽃잎은 바람에 흔들리며 겹쳐지고, 물고기는 캔버스 위에서 펄떡인다. 전통적 회화에서 볼 수 없던 역동성과 율동감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쇼룸처럼 꾸며진 공간, 그리고 울림
보고타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벽에 거는 형식이 아니다. 권인경과 이승훈의 작품은 하나의 생활 공간처럼 연출된다. 소파 옆 벽엔 권인경의 족자가 걸려 있고, 테이블 위 화분은 그의 조각 그림이다. 한쪽에선 TV 화면 속 이승훈의 작품이 살아 움직인다. 두 작가의 세계가 얽히고 섞여, 한 편의 영화 같은 전시 공간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그곳에서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그 속에 ‘사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극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이란?
이 전시의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극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것은 무엇인가?’ 두 작가는 말한다. 사실적인 것은 단순히 눈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시간과 기억, 시선이 얽혀 생겨나는 떨림과 울림이다. 관객마다 작품을 다르게 보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의 고정된 시점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고 흔들리는 순간들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찐사실주의》는 회화의 경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두 작가의 도전이자, 회화가 얼마나 더 다양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다. 콜롬비아의 관객들은 이 독창적인 조합이 빚어낸 회화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OCI미술관은 관객이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자료 제공 OCI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