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지는 사진의 시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

사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에 새로운 공공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그것도 ‘사진’만을 위한 미술관이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사진 매체 특화 공립미술관으로,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자리 잡았다. 외관은 빛을 받아 안은 조형처럼 유려하고, 내부는 여백과 동선이 조율된 정적의 건축이다. 이곳은 사진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미지의 시간성과 담론의 층위를 함께 담아내는 공간, 그리고 사진 매체의 현재와 미래를 실험하는 장소다.

개관전 1: 《광채 光彩》

사진이 예술이 된 순간들

사진이 언제부터 예술이었을까? 《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사진 예술의 변곡점을 형성한 다섯 명의 작가—정해창, 임석제, 이형록, 조현두, 박영숙—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진사의 흐름을 재조명한다. 식민지 시기의 전통과 근대 조형 언어가 충돌한 장면, 민주화 시기의 사진 실험, 90년대 이후의 새로운 감각까지.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시대의 감각과 사유를 담아낸다.

이 전시는 과거의 영광을 회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사 내부의 결락과 잊힌 순간들을 발굴하며, 사진 매체가 구성해온 ‘빛의 서사’를 새롭게 쌓는다.

개관전 2: 《스토리지 스토리》

창고에서 미술관으로

창동의 ‘창(倉)’자, 곧 ‘스토리지(storage)’에서 시작된 발상. 《스토리지 스토리》는 미술관의 물리적·상징적 탄생을 주제로 한다. 여섯 명의 작가—서동신, 원승원, 정지현, 주용성, 멜멜정, 오주영—은 사진을 통해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그 장소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색한다. 지역의 맥락, 소장품의 재해석, 기술의 흔적, 그리고 미술관이라는 존재 자체를 주제로 한 작업들이 새롭게 구성된다.

특히 건축적 특성과 연동된 설치 방식은 ‘이미지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미술관’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스토리지 스토리》는 미술관이 수동적 저장소(storage)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하는 ‘스토리’의 공간임을 상기시킨다.

이미지 도시 서울, 그 첫 장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이제 막 첫 장을 펼쳤다. 그러나 그 방향은 뚜렷하다. 단지 전시 공간을 넘어, 사진의 기록성과 창조성, 아카이빙과 비평이 공존하는 복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향후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연구 기반 프로그램까지—사진을 매개로 한 문화적 만남이 도봉구 한가운데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서울은 세계적인 사진 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자료 제공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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