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의 항해, 2024 제주비엔날레

  • Date 2024. 11. 26 – 2025. 02. 16
  • Place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아트플랫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 Contact 064-710-4300
  • Homepage www.jejubiennale.org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제주라는 섬의 정체성과 국제적 감각을 한데 모아 83일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표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연, 문화, 정치, 예술이라는 복합적인 맥락을 탐구하며, 제주의 역사와 생태를 세계적인 담론 속에 위치시킨다.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라는 주제 아래, 14개국 87명의 작가들이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제주에 닿았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과 역사에서 비롯된 표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이들은 다양한 미디어와 작업 방식으로 항해와 정착, 그리고 우연과 필연의 경계에서 만들어진 문명과 예술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제주의 다섯 장소에서 열린다. 각 공간은 항해의 여정을 따라 ‘운한뫼’, ‘네위디’, ‘사바당’, ‘칸파트’, ‘누이왁’, ‘자근테’라는 6개의 소주제를 탐구하며, 관람객들에게 가상의 항해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제주도리미술관

표류를 통해 발견한 예술과 자연의 경계

‘아파기 표류기’라는 제목은 일본서기에 기록된 탐라왕자 아파기의 가상 항해에서 비롯됐다. 아파기의 표류는 단순한 역사적 일화를 넘어, 제주가 지닌 남방과 북방의 문화가 교차하는 특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표류라는 개념은 이처럼 이동과 변화를 통해 만들어진 생태적, 문화적 흔적을 조명하며,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환경적 메시지를 던진다.

참여 작가들의 작업은 이 메시지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대만의 롤롤롤(lololol)은 식물의 심전도 데이터를 시각화하며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문다. 인도네시아의 아구스 누르 아말은 제주 전통의 영등굿에서 영감을 얻은 오브젝트 시어터를 통해 사람과 신화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제주 작가들도 대거 참여해 바람과 새, 그리고 해양쓰레기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지역성과 글로벌 이슈를 연결한다.

관람객이 만드는 항해의 지도

제주비엔날레는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전시다. 개막 퍼포먼스에서 대만의 린슈카이는 자전거를 타고 전시 공간을 표류하며 관객과의 즉흥적 소통을 시도했다. 참여 작가 임완수는 사전 워크숍을 통해 제주에서 수집한 해양 쓰레기 데이터를 커뮤니티 맵핑으로 시각화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비엔날레가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관객이 직접 예술과 관계를 맺고 스토리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비엔날레의 이상향: 너울을 넘어선 이야기

비엔날레의 연계전시 ‘누이왁’은 제주의 너울과 이상향을 이야기한다. 장리석 화백의 작품과 해녀를 주제로 한 사진들은 제주라는 섬이 품은 역사와 생태적 독창성을 보여준다. 협력전시로 열리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는 서양미술의 거장을 통해 글로벌 맥락에서 제주의 위상을 확장한다.

제주비엔날레는 제주의 지역성과 국제적 예술 담론이 만나는 교차점이다. 표류라는 개념은 단순히 이동의 과정이 아니라, 문화와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실험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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