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4.08.03 – 08.25
- Place: 온수공간
- Location: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 Hours: 화 – 일 / 12:00 – 20:00
- Contact: 070-7543-3767

이미지_양승규
약속에 가득 맺힌 정황은 아무리 애써도 기울일 수 없는 집중을 드러내는 듯하다. 까닭 없이 입을 벌리고 있던 때가 공포로 얼룩진 손끝을 내게 전해도 그것에 닿을 리 없는 나는 다른 나라 언어에 사로잡혀 있다. 감정을 담기엔 지나치게 완벽한 하늘이 시시각각 대로변에 깃든다. 의미의 여부를 떠나서 소모는 여지없이 이루어지고, 지극히 아름다운 기록을 면치 못한 내가 서넛으로 분리돼 사방으로의 도약을 삼킨다.
시도와 굴곡진 일상, 마지막 기억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는 자화. 시간이라도 된 듯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서럽게 울던 초상을 기억한다. 두 번째 회상에서 누구와도 결부될 수 없는 자신을 누리고 급격한 감정의 낙차를 경험한다. 모든 게 언 것처럼 주변에 움직임이 사라지는 상상은 시작부터 어제였다지.
내리쬐는 빛과 턱 끝이 충돌했다. 어떤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앞다투어 마감한 생은 부리나케 뛰었다. 지나친 낙관을 등에 업고 약동뿐인 시기에 빗금 여럿을 긋고, 생각으로 가득 찬 물줄기를 환대하는 것. 찬사에 날개를 달았다.

이미지_양승규
누구나 혼란한 틈이었다. 영원한 것까지는 아니어도 얼마간 질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해처럼 떠올랐다. 사상적 무렵은 언제나 동이 트는가. 철석같이 믿은 사실에서 온기를 뱉는 것이 있는지 여간 뒤적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호주머니는 후미진 골목의 어귀를 하늘로 삼았다.
아랫목을 덥힐 군상이 어쩜 그리도 드문지. 멋들어진 산새와 희박한 공기의 겹침이 온갖 떠돌이들을 불러 모은다. 배회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거친 숨의 인식이 거세게 타오른다.
어떤 것을 뒤로 미루는 – 물리적이든, 시간적이든 – 과정은 사뭇 진지한 자세를 갖게 한다. 그렇게 생각한 계기는 현재 활짝 문이 열러 있어 내부엔 아무것도 없다. 애초부터 텅 비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눈앞의 공간을 여실히 느끼는 사이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수롭지 않음에 막연한 숫돌을 올려두었다. 예사로운 일상이 통곡을 벼린다. 우직한 솟대가 맞이할 운수에 긴 팔이 없길 바란다. 의식은 혼란하며 정확히 그 정도로 곤란하다.

이미지_양승규
치아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밀쳐내며 무음의 비명을 빚어내는 사이 도달한 곳. 목적지는 자신의 별 탈 없음을 보였다. 그 앞에서 마땅한 안부를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낙천적인 성향이 되기로 한다. 의견은 평소 그랬다는 듯 큼직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나의 쏟아지는 생활상. 신비롭긴 할 테지.
막다른 길이 즐비한 동네는 왠지 모르게 시간이 역행할 것만 같은데, 누구나 의식하지 않고 제 몸을 맡긴 흐름이 회오리친다. 그것과 맞서기보단 양옆에 나란히 서는 것으로 기한 없는 기호를 유지하도록 귀띔한 오전은 완전함에 다다랐다. 과도한 볕에 이골이 난 수레가 제자리를 도는 일련의 순례를 겪을 때, 나의 절반은 새벽 모으기에 힘쓸지도 모른다.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평온이 있다면 하루에도 여러 번 그것을 여닫고,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깨달은 바를 손등에 올려둘 수 있을 것이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에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는 실제가 체감의 위치를 두 뼘 정도 옆으로 옮겼다. 부지기수의 흔적이 발치에 날아들었다.

이미지_양승규
침묵은 견고하다.
견딜 만큼.
어떤 짝에도 쓸모가 있길 바란 시선,
가득히 아름다울 수밖에.

이미지_양승규
무언가의 속을 살피는 일은 차츰 잦아들었다. 한때 우악스러운 기세로 모든 걸 호령하려 했지만, 시간의 공평함을 정면으로 맞아 무척 낡은 인상이었다. 이젠 그것이 바스러지길 기다려야 하는 입장으로서 벌건 눈가가 늘어날 터다.
허구한 날 새를 쫓던 이의 고독은 어느새 널따란 날개를 갖추었다. 날것에 이름을 붙였다가 떼기를 반복한 지 한 세월. 그는 어쩌면 익명성을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적합한 이름 찾기가 제법 고된 일이었을까. 주변은 초록으로 우거질 때도 여지없던 일상에 쓸만한 변두리를 주련다.
균형을 이룬 두 대상에 덧씌울 천칭. 천장은 천천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뒤편의 언 곳을 거두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정경 앞에서 홀로 무언가를 뉘우치는 중이었다. 구름 낀 선반은 내면에 스민 것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 연신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무도 모르게 걷던 길이 게워 낸 발걸음이 강을 이루었고, 그 위로 얼기설기 잎으로 엮은 툇마루가 잠잠히 흘러간다. 발자국은 누군가의 독립된 행적인가, 하는 생각은 한 번도 소리를 지닌 적이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