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1부 2024. 08. 06 – 08. 25 | 2부 2024. 08. 27 – 09. 22
- Place: 무브먼트랩 한남
- Location: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15길 15-3
- Hours: 11:30 – 19:00 / 월요일 휴무
- Contact: 070 – 5217 – 2336

여름밤을 품에 들였다. 그 순간 가공할 만한 힘이 느껴진 건 지나친 상상일까. 나지막이 지은 한숨에 엷게나마 졸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무더위는 길게 손을 뻗어 나의 어깨라던가 무릎, 가끔가다 양 볼을 두드리곤 한다. 내 이름이 쓰인 수고의 수를 헤아리자면 나름의 준비가 필요할 터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쌓여 나이가 되고 그것으로 대변되는 나날이 사뭇 지겹다. 커다란 무지개를 동반한 기지개를 가능한 곧게 편다. 곧 있으면 누군가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 사람을 위해 자그마한 단어 몇 가지를 준비하려다 문득, 텅 빈 손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밤하늘은 언제나 나를 떠나지 않고, 내 머리 위에 살며 사람들의 이런저런 꿈을 엮을 것이다. 손재주 좋기로 소문난 유성이 반짝 등장할 때 표면이 부드러운 기억은 이곳저곳에서 소용돌이친다.
유독 달콤하게 여겨진 어제가 점점 뒷걸음질 쳐 이젠 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타고 앞으로 향한다. 이는 누군가에게 과분한 일이고, 때에 따라 손꼽은 일일 수 있겠지만,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삼킨다. 그 탓에 먹은 게 없어도 배고프지 않는 상태가 물끄러미 나를 지켜보는 듯하다.


어쩌다 보니 이곳은 빈방이었다지. 창가에 깃드는 건 조용한 달빛과 투명한 구름의 떼. 가만가만 떠올린 기억이 사람들에게 있을까. 그들 속에 부디 내가 속하길 바라며 시원섭섭한 만남의 끝을 떠올린다.
잠자리를 등진 채 창밖만 바라보는 시간은 꾸벅꾸벅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다. 머지않아 잠이 들 것 같은데, 어떤 꿈이 찾아와 누구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예의 시간에게 전해줄까.
느지막이 아침을 맞은 사람 특유의 게으름이 언뜻언뜻 모습을 보이는 지금. 꿈과 현실은 같은 계절을 공유한다.



초록 물결을 이루는 계절이 되었다. 언제나 이때가 되면 낮보다는 밤에 마음이 쓰이곤 한다. 이를 두고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낮의 곁은 떠난 적이 없다.
바람은 낮게 불다가 높게 불고, 빈번히 어떤 의미를 전하려는 듯 멎는다. 그것을 파악할 순 없지만,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기에 바람은 내게 달가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이 어두워지면 눈을 감은 것과 뜬 것의 차이가 좁혀지고 풀벌레의 우렁찬 울음은 날개를 편 것처럼 공중을 솟아오른다. 언젠가 빠졌던 감상에 다시금 빠져드는 기분이 소금기 가득한 물로 흠뻑 젖은 소매를 내 손등에 두었다. 귓가에 조용히 파도가 친다.


무언가 꼭 알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공감이라기보다는 누구나 느끼는 감각이나 경험한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이를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면 나는 조금 얼 테지만, 요즘은 부쩍 볕이 따갑죠. 가만히 어딘가에 앉아 있던 때를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속이 텅 빈 웃음을 짓게 되는데, 내가 포장하지 못한 만남은 전부 그것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할 때, 세상은 조금 울퉁불퉁해질까요?
한때 주눅 들었던 물음이 기운 차렸나 봅니다. 시원한 공간을 생각하는 게 그리 모진 일은 아닐 겁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 저쪽으로 이동합시다. 왠지 찬 바람이 불 것만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