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Before This River Becomes an Ocean 》 구태승, 최이안 2인전

《Before This River Becomes an Ocean 구태승, 최이안, Yk Presents, 2025.07.09 – 08.10,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07.10 – 07.31
  • Place:  Yk Presents
  • Location: 서울 중구 을지로43길 13
  • Hours: 화 – 토, 13:0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yk_presents

구태승, I’M THIS, I’M THAT, 2025, OIL ON CANVAS, 87.0 X 3.0CM / 최이안, EASY THING TO DO, 2025, OIL ON CANVAS, 40.9 X 27.3CM, 이미지_양승규

파도에서 짙은 향이 났다. 잠결에 맡아도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짙은 향이었다. 그것은 열띤 기분에 선선함을 주기 충분했으며 때로 생경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그 속에서 표현의 수는 감정의 가짓수를 담지 못했다. 물가에 나앉아 뭍의 가장자리가 허옇게 물드는, 파도의 끝이 허옇게 부서지는 꼴을 보며 지금까지 경험한 세계와 전망,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어정쩡히 껴 있는 입장을 생각했다. 세 영역에 대한 비중은 달랐지만, 어쨌거나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라는 수가 생각지도 못한 절망을 야기했다. 여지없이 흔들린 눈앞과 관계 뱉은 지상은 철저하게 공존한다. 절망적이라는 표현의 태도는 끓는 물의 단초가 되었다. 그것에 덴 심정이 갓을 쓰고 돌아다닐 때 더 이상 천진함은 없어라.

숲에서 깊음을 덜어내자 뭇 새들 기염을 토했다. 떼 지어 날아갈 때마다 생기는 날파람에 누군가는 노심초사했을 터. 그것들이 토한 기세에서 무엇을 읽었는지는 모르나, 어깨를 움츠리고 사는 이들은 조금 웃었다. 발밑에 드리운 그림자에서 옅은 해맑음이 가만가만 묻어나온다.

구태승, I’M THIS, I’M THAT, 2025, OIL ON CANVAS, 24.0 X 24.0CM / 최이안, CAMOUFLAGE, 2025, OIL ON CANVAS, 31.8 X 31.8CM / 구태승, I’M THIS, I’M THAT, 2025, OIL ON CANVAS, 45.5 X 45.5CM 이미지_양승규

절박하게 동봉된 봉투를 개봉했다. 그 안에 편지라고 하기엔 무척 공적인 무언가가 놓여있었지만, 글자는 허망하게 가뭇없었다. 어디로 달아난 것인지, 굳게 닫힌 들창만이 갈 곳 없는 의문을 묶어두었다. 탁상 위에 놓인 사물들로 움직임이 멎은 서사가 조금이라도 이동하도록 애썼으나, 궂은 날씨가 기꺼이 변덕을 추렸고 무릎은 노끈에 황급히 닿았다.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내용이 아이를 이르게 어른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서쪽으로 기운 날갯짓에서 사방으로 튄 구정물까지 셈의 대상에서 벗어난 개체는 없었다. 만약 극도의 사상성이 그 자체로 발하다 못해 타오르게 된다면, 이를 숨 가쁘게 목도한 허구가 자칫 내지른 탄성에 가능성이 깃들까. 그것으로 빚은 대상은 몇이며, 파악하지 못한 수는 결국 언 땅을 헤매다 총체를 꿰매게 되겠지. 설령 바람 없는 겨울이라도.

한눈에 봐도 눈이 먼 시기가 있었다. 당시의 시선은 옹골찼기에 인식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 추후의 식별을 건넸다. 분명한 기약에 달도 뜨고. 다부진 손이 저도 모르게 거침을 뱉는다.

구태승, I’M THIS, I’M THAT, 2025, OIL ON CANVAS, 180.0 X 3.0CM / 최이안, IMAGE, 2025, OIL ON CANVAS, 80.3 X 60.6CM, 이미지_양승규

손에 잡히긴 하지만, 그것을 볼 수가 없어 지레짐작으로 형체를 갈음한다. 대안은 커다란 지붕을 가져와 거세게 내리쬐는 볕과 휘영청한 밤하늘을 가린 채 그 순간만큼은 전부 노릇을 하였다. 하얀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우는 데 필요한 건 오직 얕은 잠이었다고 순백의 어엿함이 말한다. 깊고 좁은 수렁은 단지 말수를 줄이면 그만이었다.

“나는 한때 두 자릿수 양식(樣式)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지금도 홀로 지핀 모닥불을 볼 때면 복닥복닥했던 한때가 생각나곤 한다. 뒤섞임 속에서 분명 무참함을 보았다고, 발을 끌며 걷는 이의 뒤꿈치로 떨어지는 마른 잎. 그것은 어렵사리 부서지지도 않지.”

까짓것 서럽게 일몰을 헤었다. 그동안 틀에 박힌 전진은 사뭇 달갑다. 애처롭게 다리 떠는 가난을 생각한다. 그보다 딱한 떨림이 있을까, 하고 중얼거리는 사이 경험의 몰락은 몰라볼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윽고 어둠이 도래한다. 그것에 손자국 하나 없다.

최이안, SOLID DREAM, 2025, OIL ON CANVAS, 65.1 X 65.1CM,이미지_양승규

무엇이라도 잦아들길 바라는 마음 앞에 장마는 그저 객쩍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마지못한 웃음에 짙은 풍경은 사로잡히고, 존재보다 앞선 사람의 소문은 밤길을 들췄다. 거센 반항도 한때였다. 속한 사회의 저속함이 떠날 구실을 마련하는 사이 공중은 상처를 무디게 느꼈다. 인식의 파란(波瀾)은 뒤엎어도 파란. 가지 못한 길이 무심코 제 입구를 둥글게 하였다.

석공의 서툰 솜씨를 꾸어다 조형한 우물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깊은 바닥을 가졌고, 동시에 오르지 못할 천장은 마련했다. 미급한 천성도 피로에 넘칠 수 있고, 항상 과도한 뜻밖을 어물쩍 장식할 수 있음을.

마른 날에 전부를 논한다. 진부한 단계는 단지 계단의 수를 늘릴 뿐이다. 사람은 돌아설 때 삶의 방식이 드러난다고 말한 이는 끝내 돌아서지 않았다. 그는 영영 정면으로 기억됨과 함께 기록됨을 내게 선사하는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갈까, 하다가 아무 데로 향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 나에겐 몇 있어, 그중 하나를 신중하게 고른다.

구태승, I’M THIS, I’M THAT, 2025, OIL ON CANVAS, 45.5 X 45.5CM 이미지_양승규

seunggue Yang
seunggue Yang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