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Don’t be hasty》PERIGEE UNFOLD 2025 김상하, 서민우, 이용재

《Don’t be hasty》PERIGEE UNFOLD 2025 김상하, 서민우, 이용재, 페리지갤러리, 2025.08.08 – 09.06, 이미지_양승규
  • Date: 2025.08.08 – 09.06
  • Place:  페리지갤러리
  • Location: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8
  • Hours: 월 – 토, 10:30 – 18:00
  • Contact:https://instagram.com/perigeegallery

서민우, BODY, 2025, 철, 오디오 케이블, 납, 라텍스, 스테인리스, 스피커, 120 x 50 x 38cm, 이미지_양승규

Don’t be hasty

시간의 양은 시기적절한 과포화를 이루었다. 풍화가 빚어낸, 알면서도 다른 기대와 이것이 끌어낸 작용은 거꾸로 선 성미의 양태일 뿐이다. 값비싼 얼개를 사물이 어떻게 두르게 되었는지 설명하라는 요구는 마치 품목이 사라진 세계에서 병들어 가는 생과 같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횡으로 앓던 사실이 변용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또 자연스러움에 품위를 덜었다.
‘우리는 각자의 상흔을 집적하여요. 추호도 서로를 밀어낼 생각이 없지요. 문득 모든 것에 싫증이 난다면, 한편으로 겁에 질린다면 지리멸렬하게 사라지리다. 황급히 돌아가는 시계추가 빚진 외형은 분명 등대의 그것이라고 자못 간절하게 바라고 절망한다오. 비쩍 마른 웃음이 촛불의 수명을 정할 때 나는 빈터에서 터무니없는 관계를 솎아 낼 터였어.’
상종할 가치의 허들은 여타의 높이를 치하하며 누구도 받들지 못한 공중과 사사로운 희구를 여실히 뒤섞는다. 한 가지 상태로 고립되지 못한 잣대로 다방면을 들쑤시고 다니지만, 여정의 고독은 전혀 숭고하지 않다. 혼탁한 빛을 쏟아내다 끝내 검은 속내를 드러냈던 수도꼭지의 말 줄임이 변변한 항변을 추구하며 짓다가 만 번영을 건설한다.

본 적 없는 사물에 맺힌 시간과 공간의 외침을 덥수룩한 눈매로 파악하는 것. 손끝에 힘을 주고 허연 종이라는 피안에 적어봄 직하다. 개념은 뭉뚱그린 의미를 떨며 개인적인 삶과 다수의 생활을 흔적으로 갈음하였다. 퉁명스러운 새김이 주저 없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사방은 벽의 유무를 다그치듯 논하고, 정돈을 이르게 두드렸으니 멀끔한 우수(憂愁)의 자태가 깨달음을 깨무는지도 모른다.
서서히 붉어지는 파안은 대수롭지 않은 미소로 의식의 형태를 잔뜩 우그렸다. 가뜩이나 온전하지 못한 모습이 일그러진 표정을 제 방식으로 분해하며 또 그렇게 새된 조각을 기준 없이 취합하며 단속적인 숨을 뱉었다. 헛된 일의 반복은 어느 몸집을 불리려 하는가. 하다못해 안개의 억양은 원칙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좌우가 불균형한 세태를 확장했을 뿐이다.
분에 넘친 이에게 선사할 언주가 없어 그의 범람은 지속된다. 아무리 반달음으로 걸어도 뛰는 것만 못한 상황이었다. 대상의 가없는 잔상이 형상을 떠난 이후로 그가 떠맡은 처마 위에 어슴푸레한 말귀가 돋는다. 평평한 지붕에 섞인 통제가 내압에 이골 난 수효를 어림하고 도회지 한복판에 동굴을 벌였다. 그 공동은 손자국으로 구성된 우물이자 어딘가 여린 기억의 파편이었다.

검은 풀이 자라나는 수영장 너머에 주인 없는 갈피가 한쪽으로 쏠려있다. 그 반대편의 외길은 하염없이 이어지다가 누른 돌을 지난 곳에서 선택을 종용하듯 두 갈래로 갈라졌다. 먹구름의 위용은 불볕더위를 알지 못한다. 사연에 매몰된 모래밭 위로 쏟아지는 그늘. 그것이 추락을 내면화할지 외연(外緣)만 상정할지 거듭 생경한 의문이었다.
이야깃거리들은 제각기 혼란이며 그중 여럿은 봄을 얼리려고 야단이었고, 나머진 속이 꽉 찬 지푸라기를 여실히 흔들었다. 시간의 덜미라도 좋으니, 그것에 기댄 상태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사건의 초안을 오래도록 노려보고 싶은 바람이다. 닳듯 앓는 사선 아래로 번잡스럽게 대양이 펼쳐졌다. 그것이 토한 기염은 순차적으로 이는 파도와 같다. 꼭두새벽은 소수점 아래 어느 자리까지 나아가려나 라는 말은 이야기의 머리가 되기도, 꼬리가 되기도 했으며 혹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유도하는 속성에서 벗어나려 빛바랜 탈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동적인 삶은 동작 하나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그와 동시에 몸짓에 귀속된 관심을 맹렬한 산불 진압하듯 껐다. 무엇도 달라지지 않음이 전과 다를 바 없는 풍경에 녹슨 못을 박아 두었다. 바깥은 조금 굼떠도 무사할 터다.

김상하, 그 그림자를 죽이거나, 혹은 따르거나, 2025, 싱글채널, 컬러와 흑백, 스테레오 사운드, 25분, 이미지_양승규
seunggue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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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