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8.27 – 09.26
- Place: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 Locati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
- Hours: 수 – 일, 12: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pssarubia

사물의 흔적을 가만히 매만지는 사이 적절한 말수를 잃었다. 나는 머지않아 수다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과묵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 둘의 차이는 침묵을 바라보는 위치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누구는 천장에, 누구는 바닥에 있는 거지. 단속적이더라도 중간은 없고.
사람들에게서 건져 올린 많은 의식을 하나하나 구별할 수 있다. 이를 종이에 적어 편지로 만든다면, 그동안 편치 않았던 마음도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마른 입에 미음을 가져다 댈 터다.
‘무의식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꼭 눈 감을 필요가 있었다. 이는 방도가 없어 그저 주절거릴 뿐인 사람의 울음이었다. 우는 일이 그의 생활상을 그대로 방조하였다.’
이와 같은 기록에 넌더리를 낸다면, 고장 잦은 나의 몸서리는 제 갈 길을 털어내리라.

도시를 횡단했다고 할 수 있었다. 기억에 종속된 거리들은 사역에 지친 동물처럼 목을 아래로 길게 빼고 천천히 이동했다. 내리쬐는 볕이 하루의 온당한 처사가 될 때 누구의 다가섬은 이르다.
다수의 목적지는 우수하게 훈련된 사병들처럼 동시에 소산했다. 그들이 한곳에 모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념 내지 표정이 필요한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하루의 반 틈은 감상보다는 격언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냈다.
물병의 바닥은 보기보다 깊었다. 그곳으로 떨어지는 물의 양은 한 번에 들이켤 수 있는 숨의 양과 부서지듯 공명한다. 거친 삶과 곁다리의 공존을 편견 없이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경험한 대상들은 하나같이 옳고 그름의 편에 선 듯하다. 나는 별것 아닌 자리보전을 위해 한여름에도 추위를 불러일으키는바 차도는 부리나케 역행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관계 모두가 좁은 도랑에 빠져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인도에서 방법은 알 수 없지만, 무위도식하는 이는 전과 다를 바 없이 산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지만, 물웅덩이 하나 넘지 못하는 삶도 있다. 상상은 서정성을 도려낸 채(혹은 간단히 무시한 채) 상징적으로 섰다. 나는 하나부터 열이다. 과거의 수정과 의식의 축소는 언제나 더불어 이루어진다.
흔한 표정의 투정은 한 번도 정해지지 않은 앞날을 그리며, 조악한 솜씨를 조속히 숨기며 말을 삼갔다. 상처보다 앞선 아묾이 공교롭게 손끝에 닿았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웃음이 한 발 내디딜 때 무례한 상황은 어쩔 줄 모르고. 분위기의 위기는 정황상 아름다운 것이어야 했다. 그러지 못함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배제하며 공공연하게 추악함을 강조했다. 이는 일종의 공격이자 지나친 내색이었다.

하늘은 굴곡진 양상을 떼어다 허수를 늘렸다. 불어난 허무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둑을 줄곧 두드림으로써 섬세한 검음을 얻었으며 황폐한 걸음은 의도치 않게 추운 지방을 선망했다.
소수만이 만족하는 결과는 항시 자신의 적절한 등장을 살폈는데, 이때 대기의 상황은 고려되지 않았다. 비나 눈은 단지 거리에 즐비한 부랑자들 정도의 지위를 누렸을 뿐이다. 그들 중 누렇게 뜬 얼굴의 수를 헤아려보는 것도 괜찮은 오락이 되리라.
속수무책의 나라가 영역의 침범을 다소 침울하게 여길 때,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혹은 너무 대수롭지 않아 경험한 바를 잊은) 장면은 둘로 나누어지기를 거부했다. 그 오롯한 거절이 절대적 평안의 시절과 섞여 기억 사절을 완성하였다. 기분 좋게 마른 볏짚으로 가득 찬 머릿속은 구름의 부재를 이국적으로 발음한다.

기쁜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이나마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부디 나는 어떤 본보기가 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늦은 방문은 얼마간 사람을 얼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공통에 맞서며 버젓이 존재한걸요.
‘감내도 결국 할수록 늘어 어제를 돌아보는 일에 숙달된 시범을 보이는 건 고독한 와중에도 가없이 반복되는 자각 때문일 터. 가짓수 타령이 어느 안전이라고…’
새벽은 여러 뒤안길을 가지며 무엇에도 뒤처지지 않음을 녹아내리듯 숙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