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7.16 – 09.06
- Place: 뮤지엄헤드
- Location: 서울 종로구 계동길 84-3
- Hours: 화 – 토, 12: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museumhead_

나는 외래종인가, 하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지만, 사실 속 좋은 논평일 뿐이었다. 책상머리와 밥상머리 사이엔 시간상으로, 공간적으로 사뭇 본질적인 거리가 존재한다. 이를 장식 없이 인지하며 이동한 나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말수를 줄여 이젠 그것의 주변은 없는 듯하다. 눈시울이 차디찬 벌판을 넘나들 때 염두 아래 화롯불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쇠두엄을 바라보지. “모자라다, 아쉽다, 생각하여요. 다부진 체격의 그도 몸을 웅크리면 어쩔 수 없이 비에 흠뻑 젖은 초가지붕 같다죠.”
‘저 언덕을 넘는 것보다 통과해 버리는 것이 내 삶의 변천인 걸까, 하고 겁에 질린 적도 물론 있어, 옳고 그런 건 오르막길에 굴린 그림자라, 어림잡아 나는 날짜를 모으는 치들과 비슷한 꿍꿍이를 가졌고.’

손목에 찬 국도는 연신 시간을 받들며 일정한 통행량의 유지를 위하여 가는 숨을 엮었다. 도저히 머물 수 없던 도시에 얇은 막이 씌워지고, 표현 못 할 답답함이 연기가 되어 눈에 보이는 지경이다. 질리도록 눈을 구덩이에 겨누었다. 겨냥은 우수했다. 창밖은 실내의 우악스러움에 괘념치 않고 오직 평소를 느릿하게 뒤집는 중이었다.
더없는 충동, 곧 그러다 사라질 테니 조약돌이 널린 뭍으로 가 맨발로 단단함 내지 차가운 감촉을 느낀다. 그곳이 돌연 섬으로 돌변해도 허구한 날 상정한 항해를 보얀 빛으로 비출 수 있어 나름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다. 주머니 속 풍요가 견딜 가난의 존재를 각설하고 본 적 없는 웅덩이를 그리워하는 것. 한숨은 허상이나 결핍이 아닌 실체로서 완연하게 부족을 가득 채운다. 수면이 편편한 호수가 저도 모르게 악을 썼다. 그 위를 헤아리듯 지나는 날것의 좌절은 본래부터 번식을 원했다고 한다. 참으로 애쓴 일이 도로에 그쳤다. 수포로 돌아가는 길조차 헤맨 까닭은 도시 계획을 삼켰기 때문일까.

웅크린 자세가 나타낸 건 조금 높거나 낮은 선반이었다. 그곳에 옷을 개켜 두고, 볕에 의해 눈에 들어온 먼지 떼의 부유를 눈 부시게 바라본다. 하루도 번잡스럽지 않던 적이 없는 속에 가라앉은 기세는 날이 갈수록 수그러드는지 움직임이 드물었다. 밑바닥이 흔한 지형이 거친 손을 뻗어 사다리를 오르는 동안 급격한 변화를 바라고, 그것이 날개라도 펴 날아올 때, 다가옴에 서먹한 밤이 묻어 있지는 않나, 하고 눈에 불을 켜기도 했다. 곧은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이동한 시간은 바닥을 드러냈으며 그렇게 드러난 깊이가 외딴 지명으로 인식되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양에 적잖이 당황하며 그동안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거리에 무신경한 첨탑이 줄지어 늘어서 앳된 풍경을 그을리고 있었고, 먼지를 토한 실외기는 느슨하게 창가를 조이는 형국이었다. 이 상황에 맞출 말이 없어 호되게 끝없는 정박을 날숨으로 토렴했다. 무력하다. 가위 바닥에 꼭 붙어있는 말이 심상치 않게 형태를 갖추었다.

창문 모서리의 근간은 금이 간 상태로서 제 바탕에 의문을 갖곤 했지만, 시종 만족스러워했다. 사선은 금세 빗줄기로 눈앞을 채웠고, 심적 배수로는 연신 흙탕물을 뱉어냈다. 계획에 부응한 생활상은 모난 곳 없이 굴며 원만한 성격을 거리낌 없이 기꺼워한다. 풍경의 안녕이 어느 곳을 바라보든 줄곧 그 자리에 있음을 알렸고, 낙조에 볼이 붉어질 때 장소의 귀속된 이들이 자신의 뒤섞인 감정을 서로 품앗이하며 보기 좋은 사회를 가감 없이 연역했다. 그동안 사유는 어두운 외피를 둘러쓰고 깜깜한 공간 속에서 잔뜩 표정 구긴 빛을 힘없이 떠올렸다.
수도가 얼어 물이라곤 흔적조차 구경하지 못한 가구가 점점 늘었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액체는 형광의 색채를 뽐내고 있었고, 바싹 타들어 간 입안은 조속히 안건의 설립을 발음하려 애썼다. 허연 입김은 어째 낮보다 밤에 더 잘 보였다. 찌푸릴 인상을 가진 개체는 갈수록 줄었다. 무언가 늘고 주는 기간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사이 단수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한 짐 짊어지고 이동하는 이들은 바퀴를 씹어먹는다. 소리를 단념한 아우성이 한동안 지속될 게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난간은 좀처럼 바래지 않았다. 발돋움이 정처 없는 이유는 평소보다 기온이 낮은 아침이 무의미하게 사부작거린 탓일까. 무료할 때마다 행동에 닥친 상황을 저울질하고,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럼으로써 살갗에 깊게 박힌 과도함을 빼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리는 변화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근본 된 성질은 예전 그대로였다. 그것은 심심치 않게 존재 양상을 변모의 한복판에 던져두곤 이를 잊은 채 어질러진 방이나 어수선한 현관을 정돈했다. 무질서에서 비롯된 수고가 몇 마디 말이나,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시간 감각 같은 것을 염두 밖에 두었다. 낡은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건 뻔했지만, 그 속에 의무적으로 손을 넣어 뒤적거렸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인사의 충돌을 목격하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부딪침을 부풀렸다. 공교로움의 이주는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