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7.09 – 08.10
- Place: 스페이스윌링앤딜링
- Locati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8-1, 2F
- Hours: 수 – 일, 12: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space_willingndealing

혀끝에 불편한 감각이 있었다. 이를 느끼는 방식은 의문 없이 존재였으나, 때론 그 자체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멀겋게 한 곳에 서 있곤 했다. 짐작 가지 않는 내일과 즉물적인 날씨가 즉각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도 여지없이 머리에 의문을 지고 있던 나는 조금 비틀거리며 걷는다. 언제나 홀연함도 유분수라고 생각하며.
바람에 나부끼는 철제 창고를 본 듯한 기분은 자욱하게 발밑을 적시고, 어떻게 외우려나 싶은 긴 문장을 자연스레 말할 때가 있었다. 도중에 중단한 일들이 장마철에 불어난 강물처럼 다가온다. 물가에 앉아 이곳에 정박할 대상을 기다리는 게, 들 한복판을 들어 올려 거대한 동공을 만드는 것과 같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려는 듯 천천히 시선을 그것의 바닥으로 향한다면 다년간 풀지 못한 봇짐을 그저 내려놓을 수 있을지 모른다. 종잡을 수 없는 균형을 눈가에 둔 채 맞이한 오후와 오전은 순서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 표정으로 그 어떤 때보다 무심하게 맡은 바를 거머쥐었다. 흐르는 무언가가 제법 열심이다.
파동을 미처 파악하기 전 그것의 눈에 들어왔다는 것. 허물 진 생각의 가슴팍은 진한 공백을 마주한다. 맹렬하게 내리쬐는 빛을 온몸으로 받고, 이를 정당화하려는 듯 혹은 끝까지 개의하려는 듯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부동은 정적을 면치 못하고 버려진 거리와 다름없는 곳에서 착오와 번잡이 응축된 축대를 찾아 마지막 정박을 꾀한다. 꾸준하게 삼키고 또 삼켰던 말은 거듭 토로를 헤치고 심정의 바닥에 가닿았다. 상실은 때론 가벼이 들어 올릴 수 있는 사안이 되었다. 비극적이기보단 이국적인 일이라고 모두가 힘주어 말할 때 무기력한 표정이 꾸민 언사가 자신을 내려놓는다.
귓가에 횟수가 부스럭거리는 날이면 마른 종이, 상품성이 없는 성냥갑 등을 발판으로 삼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눈높이를 그득히 취했다. 눈의 초점은 보란 듯이 이지러진 달처럼 무언가에 갉아 먹힌 꼴로 버젓이 존재하는데 사물을 굳이 똑바로 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그리하려고 애썼던 모양이다. 흐름 앞에서 멍든 신체가 유독 가물거렸다.



사물의 단면을 다루는 일로 시도에서 새로움을 끄집어낼 수 있는가, 하는 사안이 저녁쯤 동시에 켜지는 길가의 가로등이 되어 시야를 밝혔다. 밤은 여러 종류의 줄무늬를 두르고 곧 터질 듯 팽창한 자루의 공기를 빼고 있었다. 소리는 유독 어두울 때 크게 들려왔다. 한 사람의 표정을 거듭 쥐자, 손에 밴 감각은 시리면서 때론 제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평소에 비추어볼 때 아직 잠에 들기엔 이른 시간이다. 이를 무표정으로 보내며 몰입을 상정한 모든 행위에 작게나마 찬사를 보냈다. 평준화한 사막이 특정한 관계의 서막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를 일이었다.
먼지에서 파생된 시선 몇을 수로에 흘려보내고, 돌연 꼭대기에 천착하는 바다. 아무리 험준한 산맥도 맥을 쓰지 못하는 곳. 앞선 장소는 불특정 다수의 몫을 불안 없이 비축하고 쓰임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일삼았다. 고저란 말의 농간을 빛바랜 의식으로 쫓아낸다. 그것은 또한 새벽을 발한다.
‘좋지 못한 대우로 달갑지 않은 상황을 분별하는 이유가 불린 몸집이 기껏해야 한 줌의 재일뿐이라면, 허구를 저당 잡은 작당은 비로소 허무해지지 않겠소.’

새초롬히 핀 꽃이 철쭉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샐쭉 혀를 빼고 죽 늘어선 도랑을 굽어보았다. 퉁명스럽게 뱉은 말은 언젠가 무뚝뚝한 이가 되어 문 한 편을 지킬지도 모른다. 바짓단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이 바닥 생각하지 않고 흔적을 내려놓지는 않았을 터다. 고스란한 자국이 훈훈하게 흔적을 덥힌다.
상시 개방한 문에 드나드는 건 이른 존재와 석연치 않은 웃음뿐이었다. 속된 안부를 가로 눕혀 여정의 끄트머리를 형상화한다면 고루한 장식도, 분명한 거절도 모두 이해의 낯에 가로막혀 얼마간 덩그러니 서 있을 것이다. 이를 은근히 고대하는 이가 두서없이 살아간다. 그가 떠맡은 일상이 자질구레한 인상을 남긴다.
공중을 몇 없는 연기로 채우리라. 홀연히 들고 나는 자리는 본디 공석 위에 꾸며진 것. 이리도 복잡한 생각이 드는 건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도 전과 같을 억수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날에 장마를 빚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