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5.08.28 – 09.17
- Place: Hall 1
- Location: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로 22마길 8
- Hours: 화 – 일, 12:00 – 19:00
- Contact:https://instagram.com/hallinfo2020

육화경(肉化經)
문을 검게 열어젖힌다.
너 또한 나였다.
충직한 교사자(敎唆者)*의 언어로
대립한 무엇과 한 쌍을 이룬 덩어리.
나 또한 너였다. 혹은 그 반대가
구태여 섞인 화두의 언저리는 불을 뿜은 아가리와 아가미.
*교사자(敎唆者):남을 꾀거나 부추겨서 나쁜 짓을 하게 하는 사람.

좁고 구불구불한 길은 평원과 벼랑을 가리지 않고 수중에 두었다. 더미에 옮겨붙은 심정으로 물가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저 너머의 고갯마루는 허연 입김을 삼키었다. 다분히 만족스러운 현상에 일탈은 빈 수레를 자처한다.
문턱의 높이가 굶주린 이의 이상만큼이나 실제적이면서 한편으로 현실을 등진 결과를 낳을 때 속된 날은 결국 가상의 떨이다. 문지기의 고됨을 기억하여 왼다. 연신 문 앞을 서성거리는 발자국, 땅바닥을 헤집는 팔자를. 그가 녹록지 않아 한 적막을 구부리는 것이 몹시 가당한 일이라 기꺼이 턱이라도 괸다.
불규칙적으로 발돋움하는 여러 사내의 아침은 새벽을 잡고 길게 늘인 꼴이었다.

뒤축이 시릴 정도의 추위가 엄습했다. 낮은 천장은 처음부터 그릇된 일을 정확히 묘사한다.
“이리도 멋쩍어 본 적이 없구나.” 공과 사의 구별은 말로서 신분 위에 행차한 후 후천적 권위를 행사하려 했지만, 먼젓번 자격은 이에 눈 뜨고 볼 수 없는 높낮이를 추리는바 모두 무로 회귀하고, 식별은 정 하나 없이 사흘이 있어도 정리하지 못할 세간살이를 부셨다. 공중의 위생은 뜨내기의 작별인가. 이미 작고한 우수의 환상인가.
“정 두고 볼 수 없다면 차라리 갖은 물성을 돌이켜보는 것이 어떻겠소? 자고로 내 밑천은 낮지만, 한편으론 얇지는 않아 제법 큰 씀씀이를 유지하오. 여태껏 그리 여긴 형편이로다.”

그 광장은 여느 광장과 다름없었다.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 특유의 어수선함이 나이를 뛰어넘고 있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배제된 경험은 감각과 격언을 넘나들며 부리나케 날갯짓하는 벌레를 빚었다. 이는 누구에게라도 할 거 없이 결례일까. 혹은 단순한 경과인가. 다급한 이동이 여전히 실재한다.
이곳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며 두세 시간 앞을 내다보는 일은 몹시 비루했다. 훤히 알고 있는 내용을 구태여 눈으로 좇고, 입구를(입구라는 것이 있다면 말이지만) 여러 번 돌아보며 한 사내의 기저에서 물러난 형질을 생각했다. 그것은 드물게 옳았다. 어딘가로 옮겨 갈 거라고 내게 언질을 준 적이 없어 아직도 당혹스러운 면이 있지만.


으슥한 골목(광장의 연장인 듯하다)에서 행해진 의식은 외피 없는 격정의 바로 선 날이었다. 진창에서 탁한 차이를 구명(救命)하였다.
낡은 문간과 합일한 거요.
두드림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