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간: 2024. 09. 05 – 2024. 10. 19
- 장소: oaoa
- 위치: 서울 강남구 삼성로 63길 32-11, 1층
- 시간: 수 – 토 11:00 – 18:00 (월, 화, 일, 공휴일 휴관)
- 문의: 02-6207-3211
이수진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 오에이오에이 갤러리에서 열렸다. 그녀는 이번에도 일상을 뒤덮는 불안을 캔버스에 담아냈지만, 그 방식이 예전과 다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1점의 신작은 단순히 불안을 ‘박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탐구하는 작품들이다. 전시 제목 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물(Still Life)과 일상의 장면(Life)을 매뉴얼(Manual)처럼 해석하며 불안을 스스로 다스리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불안을 예술로 다루는 작가의 진화
이수진의 작업은 늘 불안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안’을 대하는 태도가 더 능동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그녀의 작품이 개인적인 불확실성에 뿌리를 두었다면, 최근 몇 년간의 변화된 경험은 그녀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제 불안에 맞서는 법을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이 캔버스 위에 펼쳐진다.
지하 전시장과 1층 전시장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이 변화를 보여준다. 지하에서는 서로 다른 작품들이 상호작용하며 불안의 실체를 느끼게 한다. 익숙한 일상의 장면들이 왜곡되고 뒤엉키며, 그 속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나올 듯한 기시감을 준다. 손을 씻는 장면을 포착한 “잘못”은 이번 전시의 상징적 작품이다. 코로나 시대의 불안감을 ‘올바른 손 씻기’라는 행위로 시각화한 것이다.
반면 1층에서는 칼, 망치, 수평계 등 실용적인 도구들이 등장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듯한 이 작품들은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돋보기로 태우는 작가노트나 시동이 걸린 자동차 같은 장면은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일상의 이미지로 불안을 치유하다
이수진은 여전히 불안을 탐구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주체적으로 다룬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장면들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녀는 불안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면서 감상자들에게 더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제안한다.

불안에 맞서기 위한 최고의 도구는 의외로 바로 일상 속에 있다. 불안이 다가올 때, 그저 도망치기보다 매뉴얼을 써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