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ate: 2024. 08.01 – 09.22
- Place: 에브리데이몬데이
- Location: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48길 14
- Hours: 화 – 일 / 12:00 – 18:30
- Contact: 0507 – 1480 – 0309 / @everydaymooonday

이미지_양승규
굵은 뼈마디가 붉어지는 날이 다가왔다. 어느 나무 밑동에 완연한 계절처럼 주저앉아 이를 기다리고 있던 그가 양 볼에 홍조를 피워 냈다. 그러기까지 게워 낸 뭇 수효들이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하늘은 그대로인데 저무는 하루가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그 의중에 잠시라도 짐작을 놓아본 적이 있냐고 호언장담할 자신은 상처받은 짐승처럼 돌아누워 있다. 어찌 보면 없는 것이다. 그는 무심에 쌍심지를 켜고, 노끈으로 꽁꽁 싸맨 버선발로 대문 앞까지 뛰쳐나온 이들의 이름을 소원이라도 되는 양 읊었다. 억양에 반기를 들 건 소용없이 빛나는 놋그릇밖에 없었다. 네 발로 선 대상은 생명의 여부를 떠나 먹빛 연기를 뿜어낸다. 비율로 따지면 절반은 엷게, 나머지는 짙게.
외다리는 새벽녘에 감출 수 없다는 듯 떨었다. 동이 트기까지 혹독한 가난이 불어닥친 결과 비명은 굶주린 끝에 결국 사그라들고. 빗발치는 물방울 여럿을 사로잡아 외로움과 맞선 투쟁의 볼모로 삼는다. 그들이 기거할 불모지에 모자란 건 대양에 대한 기억뿐. “없이 살아도 대체로 웃었소. 기구한 표정이 취한 눈빛을 흩뿌려 등대 노릇을 해도, 이를 막는 지붕 하나 없으니 가림 없이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별이라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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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나아간다. 곱게 묻은 답습 하나, 이윽고 둘로 불어나고. 먼 곳에 야윈 꼴로 바람에 나부끼는 잎의 군락, 그저 쇠하기만 할 뿐인가. 고집의 정착을 유목에 두었다.
참신한 발상의 근원은 제자리를 꾸미다 영영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손뼉. 참 심한 일이었다. 새로운 것 없는 나날에 어쩔 수 없이 들이켠 낯섦은 보기 좋게 설익고 지나치게 단맛이 났다. 이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두 손을 구부린 곳 없이 펴고서 내킬 때마다 소리를 만들어 냈다. 초면인 대상은 없지만, 왠지 모를 서먹함에 기억에도 없던 서랍을 떠올리고 연거푸 열었다. 그리고 닫았다. 여닫음의 횟수는 짝수나 홀수로 내몰렸으며 언제나 닫은 횟수가 연 횟수보다 하나 더 많았다. 이를 확인하는 건 신 음료를 삼킨 오후를 떠올리게 했다. 그 시간에 섞여 쓸쓸한 감정을 요행 없이 쓸었다. 아무리 거센 바람에도 꿈적하지 않고 버티다, 여린 손짓에 훌쩍 날아가 버린 먼지가 눈가에 부딪혔다.
눈을 감아야지만 느껴지는 감각. 중요한 것을 눈앞에 둔 채 줄곧 곯아떨어지는 중이었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 앞선 감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속이 비어있는 돌에 의구심을 의심 없이 채울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는 것과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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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붙잡고 걸은 결과 오히려 동떨어진 그림자. 더 이상 무언가를 기다리는 건 지루할 수조차 없는 일. 기운 좋게 뜬 해와 대낮을 여러모로 환기한 빛으로 오후의 시작을 등 떠밀었다. 오전과의 공존을 꿈꾼 것의 의사는 옳은 심정의 발로로 발 디딜 틈 없고, 갑작스레 얼어 버린 두 뺨에 무수한 빗금이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에 하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상을 갖추었다. 그것에 대한 묘사는 울창한 가운데 독자적으로 비어 있는, 숲의 일부로 대신할 것이다. 그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난 후 손깍지를 낌으로써 모닥불의 지붕을 형상화할 테다. 필요의 여부를 막론하고 역할을 선고받은 것에 천연덕스러운 빛을 칠하고 그늘이 엷어지길, 그러면서도 햇볕이 쨍쨍함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순적인 면이 있지만, 상당히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사물의 면면을 전부 둘러본 이의 눈초리는 단숨에 문지방을 뛰어넘었다.
뒷방에 조약돌을 호호거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고루 나누어 마신 물이 따뜻하기만 하고 왠지 밍밍해 평소보다 더디게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허송세월도 보낼 수 없다. 이 고백적인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온기를 삼켰다. 서서히 옷깃이 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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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기만을 바란 뜻과 별개로 평소는 둘로 갈라져 하나는 사사로운 사막으로 나머지는 사건의 서막으로 떨어졌다. 균형은 맞는 것 같다가도 한쪽으로 치우쳐 그의 발밑은 거듭 중심을 잃었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는 건 누군가의 사려이거나 적당한 운수의 비약일 터다. 휘청거리는 몸짓이 연신 실내를 들락날락하는 이의 심정을 내비쳤다. 그와 마주할 날이 허공에 건반을 두드리는 듯 손가락을 움직일 때, 고요를 씹는 소리가 여러 비존재를 들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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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은 그저 자신을 향한 고개 숙임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물끄러미 굽어보는 자세가 선사한 눈빛을 받다 보면 숙명적인 숙제를 성가실 뿐이라는 듯 여기며, 이에 능력 부족으로 허덕일 틈 없이 능수능란하게 모조리 해치우는 상상이 강을 적셨다. 그것은 실제로 강의 품을 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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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에 더욱 선명한 건물의 외형은 턱을 매만지게도 뺨을 두드리게도 했다. 그렇게 손은 적당히 무료함을 덜어낸 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심정을 끌어안고 어딘가의 밑바닥을 향해 가라앉았다. 예의 건물의 꼭대기엔 어떤 대상이 짝을 이루고 있을까, 라며 대화를 꿈꾼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