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한남 갤러리에서 열리는 류지민 × 이효진 2인전 《깊은 숨》

  • 전시명 깊은 숨 DEEP BREATH
  • 기간 2025. 09. 05– 2025. 09. 26
  • 장소 히피한남 갤러리
  • 위치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26-20, 1층
  • 시간 11:00-19:00 (일, 월 휴관)
  • @hippie_hannam

서울 용산 한남동의 히피한남 갤러리가 9월, 특별한 호흡의 리듬을 선보인다. 두 작가 류지민과 이효진이 참여하는 2인전 《깊은 숨(DEEP BREATH)》은 말 그대로 ‘호흡’을 매개로 한 기억과 시간,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는 자리다.

사진 제공: 히피한남 @hippiehannam | 촬영: 최철림 @choi_chul_lim

깊은 숨 – 기억과 시간 사이에서

전시 제목 ‘깊은 숨’은 치열하게 살아내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집중과 멈춤을 의미한다.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잊고 있던 내면의 감각이 깨어나고 또 다른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층위에서 길어 올린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장면을 펼쳐 보인다.

류지민 – 잊힌 기억을 다시 불러내다

류지민은 늘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다. 산책길에 방치된 사물, 곧 꺼질 듯한 빛, 지나쳐버린 그림자. 다른 이의 시선에서 미처 주목받지 못한 순간들이 그의 화면 속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그는 최근 AI 생성 이미지와 수집한 일상의 파편을 결합해 회화로 다시 옮기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기억의 잔상을 가상의 평행우주처럼 재편집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렇게 완성된 화면은 현실이면서 동시에 비현실이고, 지금이면서도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진다. 류지민이 그려내는 세계는 결국 “영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이자 애도이며, 동시에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발견한 평온의 기록이다.

이효진 – 세필로 쌓아 올린 추상적 호흡

이효진의 작업은 정밀하고도 고요하다. 그는 전통 동양화의 준법(皴法)을 기반으로, 세필의 일획을 반복하며 화면을 구축한다. 점이 아닌 획들이 모여 덩어리가 되고, 덩어리들이 다시 추상적 풍경을 만든다.

특히 호분을 여러 번 덧입힌 원형의 형상은 풍선처럼 부유하면서도 긴장감을 품고 있다. 공기를 머금은 듯 둥글게 부풀어 오른 이미지 속에는 허탈과 자유, 무중력의 감각이 공존한다. 그의 회화는 고정된 이미지라기보다는 끊임없이 흐르고 표류하는 감각으로 다가오며, 관객은 그 유동성을 따라가며 호흡과 시간의 리듬을 체험하게 된다.

사진 제공: 히피한남 @hippiehannam | 촬영: 최철림 @choi_chul_lim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호흡의 리듬

류지민이 기억을 붙잡으려 한다면, 이효진은 기억을 추상화해 새로운 형상으로 풀어낸다. 다른 방식이지만 두 작가 모두, 더 순수한 호흡을 찾아가는 여정 위에 서 있다. 그들의 화면 앞에 선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의 속도를 조율하게 된다. 깊이 들이마신 숨을 내쉬며, 삶 속에 스며든 기억과 감정을 다시 돌아보는 순간을 경험한다.

《깊은 숨》은 기억과 시간, 내면과 외부가 부딪히는 접점에서 “예술이란 결국 삶을 어떻게 숨 쉬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히피한남 갤러리의 친밀한 공간성은 이 작업들과 맞물려 관람자에게 사적이면서도 몰입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조용히 응시하는 시간이 곧 치열한 내면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전시의 제목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자료 제공 히피한남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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