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화 속에 잠든 어제의 기록을 깨우는 책이 나왔다. 한국일보 칼럼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연재 중인 김선지 작가의 신간 『사유하는 미술관』에서 명화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의 비밀을 밝혀낸다.
루이 14세는 단순한 절대 권력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숨기기 위해 패션에 몰두했고, 프랑스를 하이패션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겪었던 정치 포르노는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빅토리아 시대의 ‘금식 소녀들’은 중세의 굶어 죽은 수녀들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7세기에는 이미 먹스타그램이 존재했다. 그림으로 주문 제작된 명화들에서 볼 수 있다. 반 고흐는 정신병원에서 보낸 시간 동안 새벽녘 창문을 바라보며 꿈과 불안, 희망과 고통을 「별이 빛나는 밤」에 담아냈다. 설탕, ‘하얀 금’은 그림 속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고, 인류 멸망의 날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디즈니의 인디언 공주 신화는 어떻게 환상적인 거짓말로 재포장되었는지도 이 책에서 다룬다.

이 책은 미술 작품 속에 담긴 역사적 사실들을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왕과 왕비, 의식주, 성과 사랑, 음식, 신앙과 종교, 권력과 근대 사회의 모습을 그림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근대 이전 역사의 구심점이었던 인물들과 그들의 삶의 핵심이 그림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림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림 속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며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작가소개 김선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역사를, 동대학원에서 미술사와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오던 중 천문학자 남편과 함께 《그림 속 천문학》을 출간했다. 그 외에도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뜻밖의 미술관》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현재 <한국일보>에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연재 중이며, 책 쓰기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