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민 작가의 신작 『언니네 미술관』, 그 중심에는 철학과 미술이 있다. 이 책은 ‘슬픔’, ‘근육’, ‘거울’ 같은 9개의 키워드를 통해, 그림과 철학을 엮어 세상 모든 딸들에게 진짜 ‘아름다움’을 건넨다. 기존의 정적이고 이상적인 미술 감상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점에서 그림과 인생을 살피며 우리 삶을 뒤집어 보는 법을 다정하게 소개한다.

1부, 다시 바라볼 것들: 관념 속 비너스에서 근육을 본다면
첫 번째 이야기는 ‘다시 바라봐야 할 것들’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너스의 복근을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이란 단지 ‘보이는 몸’이 아닌 ‘기능하는 몸’이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키르케라는 마녀로 묘사된 캐릭터는 남성의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여성의 자화상이며, 우리가 당당하게 질문하고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독려한다. 뭉크의 <거울 앞의 나신>을 통해서는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 ‘카이로스적 순간’을 살아가며 스스로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부, 작지만 강한 감정들: 슬픔과 서투름, 그리고 사소함
2부는 인간의 본질적 감정인 ‘슬픔’, ‘서투름’, 그리고 ‘사소함’을 다룬다. 쉥크의 <비통함>에서 어미 양의 상실에 공감하며, 우리는 슬픔이 인간의 본질임을 받아들인다. 서투름을 보물처럼 기다리는 시간으로 보며, 어린아이의 첫걸음처럼 작고 찬란한 순간들을 격려한다. 마치 시 속 반어법처럼 사소한 것들 속의 거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주변의 평범한 순간과 익숙한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3부, 보이는 것 너머: 진짜 진실은 반대편에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를 탐구한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처럼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뒷모습과 숨겨진 의미를 살펴보길 권한다. 에른스트의 <세 명의 목격자 앞에서 아기 예수를 체벌하는 성모 마리아>는 기존 예술계와 규범을 전복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예술적 반항을 보여준다. 이처럼 철학과 미술이 결합해 깊이 있는 사유와 날카로운 통찰로서 일상에 스며든다.
몸과 마음으로, 동사로 살아가기
이 책에서 이진민 작가는 캔버스 속 여성들처럼, 고정된 명사적 삶을 거부하고 걸음마다 동사로 뛰어넘는 삶을 권한다. 메두사의 강렬한 눈빛이나 비너스의 단단한 복근처럼, 몸을 움직여 자신을 지키고 다른 삶으로 나아갈 때야 비로소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작가 소개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한 이진민 작가는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미술과 삶을 잇는 글을 쓴다. 현재 독일 뮌헨 근교에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세상이 좀 더 다정해지기를 꿈꾼다. 주요 저서로는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아이라는 숲》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