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 신간 《예술은 죽었다》,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다

‘무덤이 된 미술관’에서 ‘치유의 플랫폼’으로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죽어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우리 모두가 그의 살인자다!”
박원재의 새 책 《예술은 죽었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문을 연다. 이는 단순한 파괴의 선언이 아니다. 자본과 기술, 목표지향적 효율이 예술을 삶에서 분리해 공허하게 만든 오늘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자, 예술을 다시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장치다. 저자는 라스코 동굴에서 르네상스, 셰익스피어의 광장과 현대 미술관에 이르는 궤적을 따라, 예술이 본래 사람들의 일상과 호흡했던 시간으로 되돌아갈 길을 탐사한다.

예술은 왜 멀어졌는가

책의 1부는 “누가 예술을 죽였는가”라는 직설로부터 시작한다. 박원재는 ‘예술을 위한 예술’ 이후 강화된 엘리트주의, 미술 산업의 상품화, NFT로 상징되는 소유 논리 등을 통해 예술이 동시대성과 감각으로부터 멀어진 과정을 해부한다. 그의 결론은 명확하다. 작품은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가 시작되는 지점’이며, 미술관은 종착지가 아니라 경험의 항로를 여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몸, 감각, 그리고 함께 사는 법

2부에서 그는 아브라모비치·곰리·엘리아슨 등의 사례를 통해 “몸과 감각의 회복”을 요청한다. 예술은 개념의 장벽을 넘어, 냄새·빛·온도·시간의 두께로 관객과 직접 맞닿을 때 비로소 살아난다. 동시에 공동체, 다양성, 주체성이라는 키워드로 예술의 사회적 감도를 재정렬한다. 소셜 미디어와 AI가 흔드는 경계는 위기이자 기회 속에서 이미지는 넘칠수록 희미해지지만, ‘함께 만든 경험’은 오히려 선명해진다는 역설을 책은 집요하게 설득한다.

부활의 조건: 소유에서 경험으로

3부에서 제시되는 해법은 실천적이다. 작품을 ‘소장’하는 대신 ‘공유’를 시작하고, 관람을 ‘설명’이 아닌 ‘참여’로 전환하며, 전시를 ‘완성된 결과’가 아닌 ‘열린 과정’으로 설계하라는 것. 예술이 치유와 연결의 플랫폼이 될 때, 서로 너무도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갈 방법이 보인다는 것이다. 책은 예술이 삶으로 귀환하는 구체적인 장면들(가령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몰입 환경, 산업 간 협업, 체험 중심 전시 디자인 등)을 통해 “예술의 부활”을 생생하게 상상하게 만든다.

저자 박원재, ‘현장’에서 쌓은 언어

박원재는 2005년 원앤제이 갤러리를 설립해 한국 작가들을 세계 무대로 이끌었고, 2018년 아트 바젤에서 발루아즈 상을 수상한 유일한 아시아 갤러리를 이끈 기획자다. 홍콩 발행 영문 매거진 《Art Asia Pacific》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예술과 사회의 접면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이력의 공통분모는 ‘현장’. 그는 미술계를 움직이는 힘의 구조를 체감해온 만큼, 예술이 다시 대중의 감각과 만나는 경로를 냉정하고도 따뜻하게 설계한다.

《예술은 죽었다》는 통렬한 부정으로 출발해 단단한 긍정으로 도착한다. “예술은 죽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한다면, 그것을 다시 살릴 수 있다.” 이 한 문장은 비평을 넘어 실천으로 향한다. 예술이 삶을 향할 때, 우리 또한 새롭게 태어난다. 책은 그렇게, 시대의 무감각을 뚫고 나가는 방법을 독자에게 조용히 건넨다.

📖 책 정보

  • 제목: 『예술은 죽었다』
  • 저자: 박원재
  • 출판: 샘터
  • 장르: 예술교양
  • 사양: 260쪽
  • 가격: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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