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도 골목을 걷다 마주친 식당 하나. 이름은 ‘사또’였다. 민속주점처럼 생긴 외관, 안으로 들어서자 동네 어른들 몇몇이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술잔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소주 한 잔씩은 끝냈을 것 같은 상기된 얼굴들. 가게는 시끌벅적하지 않았고, 기묘하게 따뜻했다. 마치 오래된 시간 속에 앉아 있는 기분.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의 평온함이었다.
우동과 김밥을 시켰다. 첫 젓가락을 들자마자 문득 오래전 평화시장 근처 붙박이 이동 버스에서 먹던 가락국수 한 그릇이 떠올랐다. 탱글하고 기다란 면, 거기에 쑥갓 한 줌이 뽀얀 국물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그 향이, 너무 좋았다. 김도 있고, 유부도 있고, 어묵도 있었지만 그날의 우동에서 가장 먼저 기억된 건 단연 쑥갓이었다. 입안을 감싸며 올라오는 향, 그리고 부드럽게 풀어지지만 단아한 국물 속 면발.
김밥도 좋았다. 깔끔하고 단단하게 말려 있었고, 탄탄하고 하얀 단무지는 담백한 김밥과 좋은 파트너였다. 뜨겁고, 소박하고, 어딘가 위로받는 맛. 주인 아저씨는 말을 많이 하진 않는다. 무뚝뚝한 것도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말하고, 필요한 만큼만 친절한, 오래된 식당만이 가질 수 있는 거리감.
식당은 전반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시간이 묻어 있는 공간이지만, 방치된 느낌은 없었다. 계산을 하면서 슬쩍 다시 한 번 메뉴판을 봤다. 우동 6천 원, 국수 5,500원, 김밥 3,500원. 이 가격에 이 정도 식사를 했다는 게 잠시 현실감을 잃게 했다. 가성비라는 단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 진심이 음식에 배어 있었다.
밖으로 나왔을 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모자를 눌러쓰고, 다시 골목을 걸었다. 입안에 잔잔한 쑥갓 향이 비 냄새가 섞이며 기분 좋은 오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