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이 데스크톱 컴퓨터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데스크톱만의 핵심적인 장점 하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데스크톱은 오랫동안 모듈형 설계로 제작되어 필요와 기술 변화에 따라 부품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쉬운 구조를 가진다. 노트북도 일부 모델에서 RAM과 저장 장치 정도는 업그레이드 가능하지만, 설계의 한계로 인해 대부분은 그것에 그친다.
노트북의 이런 한계는 주로 메인보드 설계에서 비롯된다. 노트북 메인보드는 일체형 구조로 되어 있어, CPU나 GPU 같은 주요 부품이 하나의 보드에 고정된 형태로 제공된다. 하지만 인텔은 이와 같은 상황을 바꿀 혁신적인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노트북의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자 폐기물을 줄이고, 수리 가능성을 높이며, 노트북과 미니 PC의 미래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모듈형 설계의 새로운 비전
데스크톱 메인보드는 오랜 시간 표준화된 설계를 따르며, 서로 다른 브랜드의 부품을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노트북 메인보드는 제조사마다 다르고, 부품이 하나의 보드에 납땜되어 있어 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텔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트북 메인보드를 세 가지 주요 파트로 분리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 I/O 파트: USB, HDMI 같은 입출력 포트를 포함.
- CPU/GPU 파트: 주요 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셋 등이 포함된 핵심 컴포넌트.
- 기타 부품 파트: 메모리, 저장 장치 등 빠르게 마모되는 부품들.
이러한 설계를 통해 고장 난 특정 부품만 교체하거나, 필요한 부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노트북 설계가 단순한 일체형에서 벗어나, 더 친환경적이고 유지보수가 쉬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미니 PC와의 연결점
인텔의 제안은 미니 PC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중간 성격을 가진 미니 PC는 CPU와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가 더 쉽게 교체 가능하도록 설계될 수 있다. 맥 미니나 맥 스튜디오 같은 제품 덕분에 미니 PC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이러한 모듈형 설계는 더 많은 소비자와 제조사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텔은 자체 미니 PC 브랜드인 NUC를 ASUS에 넘겼지만, 이번 제안이 이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모듈형 노트북의 과제와 가능성
이 가이드라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큰 장벽을 넘어야 한다. 제조사들은 제품 설계와 생산 공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느낄 수 있고, AMD 같은 경쟁사는 이 표준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프레임워크(Framework) 노트북 같은 사례는 이미 이런 모듈형 설계가 기술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준다.
모듈형 설계는 단순한 기술적 발전을 넘어 전자 폐기물 문제를 줄이고, 사용자들이 오래된 기기를 스스로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 인텔의 비전이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제조사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