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가 선보인 GMR-001은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Athletic Elegance’를 가장 극단적인 환경, 즉 내구 레이스의 무대에 맞춰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럭셔리 세단의 우아한 실루엣과 시그니처 요소들을, 르망 데이토나 하이브리드(LMDh) 규격이라는 제한된 캔버스 위에 구현해냈다.
유럽 디자인 스튜디오와 루크 동커볼케의 지휘 아래 완성된 이번 모델은,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Two-Line 조명과 Parabolic Line을 새로운 맥락에서 재해석한다. 리어램프는 밤에도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도록 수평으로 길게 펼쳐졌고, 측면의 유려한 캐릭터 라인은 공기역학적 요구와 미학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흐른다. 모든 라인과 면은 단지 시선을 끄는 데 그치지 않고, 기능적으로도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GMR-001의 인상은 외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면부의 낮고 넓은 비율, 리어윙과 디퓨저로 이어지는 흐름, 정제된 표면 처리 등은 단순한 조형이 아닌 주행 성능을 염두에 둔 구조다. 바디 전체가 공기 흐름을 유도하고, 열을 제어하며,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주행 중에도 안정적인 다운포스를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마그마 오렌지’로 명명된 그라데이션 컬러다. 전면의 선명한 오렌지가 후면으로 갈수록 짙은 레드로 변주되며, 파워트레인의 열기와 한국적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단순한 도색을 넘어, ‘마그마’를 한글 그래픽 모티프로 녹여낸 디테일은 제네시스가 전통과 미래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자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눈에 띄는 색채만큼이나 기술적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탄소섬유 모노코크 섀시와 플랫 언더바디, 열 배출을 위한 흡기 시스템은 모두 공기 흐름의 연속성과 시각적 통일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전면과 후면에 적용된 Two-Line 조명은 야간 주행의 실용성과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장치다.
GMR-001은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진입 선언 그 이상이다. 브랜드의 퍼포먼스 라인업 ‘마그마’ 시리즈를포함한 향후 모델들에 적용될 디자인 언어가 이 차량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스케치에서는 손으로 그린 유기적 곡선과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정밀함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는 감각적 완성도와 기술적 진보를 함께 담아내기 위한 시도였다.

르망 24시 같은 극한 레이스 환경에서 이 디자인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트랙 위에서 입증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GMR-001은 제네시스가 이제 성능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되었음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출발점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