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없이 공기로 움직이는 시계, 애트모스 헤일로

사진: Jaeger-LeCoultre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Jaeger-LeCoultre의 Atmos Infinite ‘Halo’는 시간을 재는 방식을 한층 더 조용하고 정교하게 만들었다. 이 시계는 배터리도 태엽도 필요 없다. 단 1℃의 온도 변화로 48시간 동안 작동하는, 말 그대로 ‘공기로 움직이는 시계’다.

핵심은 내부에 밀봉된 가스 캡슐. 온도 변화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하며 스스로 태엽을 감는다. 이 원리는 단순하지만, 구현된 결과물은 한 편의 기계식 시처럼 우아하다. ‘Halo’는 기술보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태도를 먼저 말하는 시계다.

돔 형태의 유리 케이스 안에 구성 요소들이 떠 있는 듯 배치돼 있으며, 외형은 투명하고 군더더기 없다. 다이얼은 순백의 래커 마감 위에 바통형 인덱스와 로듐 도금 핸즈가 얹혀 있고, 분 단위 눈금은 금속 외곽 링 위에 아주 미세하게 새겨져 있다. 필요한 정보만, 필요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570. 오직 시와 분만을 표시하며, 개방된 구조를 통해 내부 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브러시드 표면, 폴리시드 엣지, 코트 드 제네브 디테일이 겹겹이 쌓여 섬세한 광과 음영을 만든다. 밸런스 휠은 느리게 진동하며, 마치 공기의 호흡에 맞춰 리듬을 만든다.

전시는 밀라노의 빌라 모차르트에서 열렸다. 17년 만에 돌아온 이 공간에서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는 ‘Living on Air’라는 주제로 작품을 소개했다. 장치가 아닌 조각, 기술보다 감각을 먼저 전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Atmos Halo는 100개 한정 생산된다. 유행이나 스펙 경쟁과는 거리가 먼 이 시계는, 오히려 ‘기계식이 왜 여전히 매력적인가’라는 질문에 조용하지만 강하게 대답한다. 움직이지만 과시하지 않고, 기술이지만 감성으로 존재한다. 결국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곧 삶을 다루는 방식이라는 걸 상기시키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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