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WF-C710N, 투명함 그 자체

90년대 투명 전자기기의 유행을 기억하는가? 게임보이, 맥 G3, CD 플레이어까지, 내부 회로가 고스란히 드러나던 그 감성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시각화한 시대의 코드였다. 그리고 지금, 소니가 그 아날로그적 향수를 극사실주의로 되살렸다. 새롭게 공개된 WF-C710N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버드 – Glass Blue 에디션은 투명함을 장식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회로와 코일, 기판의 질서 정연한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심한 듯 정직한 이 디자인은 마치 “기술은 숨길 게 없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투명 디자인’이 이제는 단순한 미학을 넘어, 공학적 자부심의 시각적 증거가 되는 순간이다.

사진: Sony

유리처럼 맑게 비치는 하우징은 Nothing과 같은 브랜드의 ‘부분 투명’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건 ‘투명함을 흉내 낸 스타일’이 아니라, 기술을 구성하는 본질을 드러내는 선택이다. 레트로한 감성과 미래적인 정교함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이 모델은 눈에 보이는 만큼, 그 안의 설계에도 깊은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Glass Blue 컬러는 블랙·화이트 일변도의 이어버드 디자인 공식에 도전장을 던지며, “기술은 숨기지 않아도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디자인을 넘어선 음향 퍼포먼스

비주얼에 시선을 뺏기기 전에 기억하자. 이건 어디까지나 ‘소니’의 오디오 제품이다. WF-C710N은 소형 5mm 드라이버로도 강력한 저음과 선명한 보컬을 구현하며, 압축 음원에서 손실된 고주파 영역을 복원해주는 DSEE(Digital Sound Enhancement Engine)까지 탑재됐다. 화려한 외관 안에 담긴 본질은 여전히 소리에 있다. 투명한 하우징이 괜히 자신감 넘치는 게 아니다.

노이즈 캔슬링, 귀에 딱 맞는 조정

듀얼 마이크 기반의 소니 노이즈 캔슬링은 사용자의 귀 모양이나 착용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소음을 감지하고 보정한다. 일반적인 이어버드가 귀에 잘 맞아야 제 성능을 내는 데 비해, WF-C710N은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일상 속 시끄러운 출근길이든, 실내의 잔잔한 카페든, 청취 환경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편안하게 꽂고 있으면, 나머지는 이어버드가 알아서 한다.

귀에 착 붙는 인체공학적 설계

소니는 인이어 헤드폰의 원조답게 수십 년간 쌓은 귀 모양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어버드의 형상을 완성해왔다. 이번 모델도 마찬가지. 착용 시 압력이 고르게 분산돼 오래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고, 조용히 귀 안에 안착된다. 이건 단지 이어버드라기보단 ‘귀를 위한 조형물’이라고 불러도 좋다.

배터리 걱정 없는 30시간의 여유

이어버드 단독으로 8.5시간, 케이스 포함 총 3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단 하루 종일 들어도 부족하지 않고, 빠르게 충전해 3분 만에 1시간 재생이 가능하다. 단순히 오래 가는 수준이 아니라, 사용 리듬에 맞춰 잘 계산된 배터리 설계다. 진짜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한 흔적이 보인다.

기술을 드러내는 철학, 디자인으로 완성되다

WF-C710N은 단지 예쁜 이어버드가 아니다. 그 투명함은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기술의 진심이며, 정직한 아름다움의 재정의다. 귀 속에서 소리를 재현하면서 동시에 기술의 물성을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기다. 구리 코일, 회로판, 마이크로 유닛들이 정교하게 배치된 그 모습은 ‘이게 진짜 기술이구나’ 싶은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결국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은,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 디자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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